물론 식물들 때문에 하는 실망은 좀 다르다. 누군가가 손을 거칠게 뿌리친 것이 아니라 너무 붐비는 거리에서 잠시 손을 놓친 것에 가까운 기분이다.
(...)
우리가 떠올리는 가드닝의 아름다움은 기실 상상에 가깝고 오히려 성장의 개념을 왜곡하는 측면이 있다. 생명을 가진 것들은 그렇게 누군가의 주재로 움직이지 않는다. 가드닝 초기에, 관리된 발코니의 주인으로서 느꼈던 충일한 만족감은 식물을 기르면 기를수록 판판이 깨져나갔다.
-김금희, <식물적 낙관>
about 2 years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