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거칠지만은 않은 검은 머리칼과 상처하나 없이 하얗기만 한 몸,
큰 검을 들고 있다 한들 단정함이 더 돋보인 이였으니 두려울리 없을 터였다.
그럼에도 공포를 느끼게 된 건… 그래, 그 눈 때문이다.
패배에 대한 압박감도, 혹은 어떠한 초조함도, 싸움을 시작하기 전의 긴장감과 흥분감,
그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두 눈에는 오로지 냉철함이, 때로는 따분함만이 스치며 가끔은 일순의 아쉬움을 드러낼 뿐이었다.
단언컨대 매서운 눈 속 그 깊은 곳에는 절대강자만이 가질 수 있는
고독감만이 존재하리다.
about 1 year ago